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쓰기
(한 줄 리뷰평 :영화가 극단적이라고? 아니다. 현실은 더 참혹할 것이다.)

현실에서 만일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그 이상의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접하고 난 후의 소감이다. 현실은 항상 내가 생각하거나 상상하던 그 이상의 일들을 보여 줬다. 코로나도 경제, 부동산 침체나 하락 국면도 모두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때의 만약 당신이라면 과연 얼마나 현명할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콘크리트 유토 피아는 현실과 이상세계의 대립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시 봐도 재밌을 영화임에 분명하다. 영화를 보고서도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보다 보면 결론은 탐탁치 않는다.
하지만 등장인들의 심리나 상징. 이상주의와 차별에 대한 대립. 차별과 이상주의가 참혹한 현실을 마주 했을때 느껴지는 상대적인 공포와 상황들을 '이해' 하며 봐야 이 영화의 재미 요소를 캐치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과 스포일러를 주의
이 영화에 대한 몇가지 포인트를 발견했다. 우선 인간의 이념에 대한 대립과 현실의 상황을 직면한 인간의 감정적 충돌은 이 영화의 주된 요소이자 첫 번째 포인트라 말하고 싶다.
두 번째 요소는 이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과 상징성' 이다.
세 번째는 바로 이 '아파트'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살아남은 현실을 암시하는 사회적인 풍자와 현실 암시라 하고 싶다.
(※이후 영화에 대한 개인적 의견과 스포일러를 포함)
포인트 상징 요소 붉은 페인트
"사회적인 풍자와 현실암시"
계파간의 갈등과 대립, 분열
살아있는 권력을 잡게 된 '영탁'은 주민대표 회의를 거쳐서 결국 마지막 남은 아파트로 들어온 외부인들을 전부 쫓아내는데 이후 들어온 외부인 중 몰래 숨어서 이들을 지켜주던 주민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적발된 표시로써 붉은 페인트로 집 앞 현관문에 붉게 표시를 한다. 나는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붉은 페인트 의미를 되새겨 보자면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독보적인 것은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불이익이나 이념과 이상에 대한 불신의 표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상과 이념이 다른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의 표식인 것이다. 이들은 다른 외부인을 숨겨 주었다가 이 주민의 전체적인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결국 이상적인 자기 신념을 가지고 외부인을 보호하려던 입주자들은 처벌받게 된다.
'민성' 의 부인인 간호사 '명화'(이상적 신념 소유자) 역시 이 부류에 속하는데 이를 주민대표 영탁이 알게 되자 민성은 이 때문에 더욱 열심히 수색대 활동을 하며 영탁에게 노력하고자 한다.
여담으로 이 붉은 페인트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성경에서도 나온 바 있다. 모세의 출애굽기에 나온 애굽에서의 재앙에 관한 이야기인 것인데 이스라엘 자손들의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로 칠해 그 집 문 앞에 이스라엘의 자손임을 알리는 것으로 이로써 애굽의 마지막 재앙인 죽음의 그림자가 거닐던 밤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 재앙을 무사히 넘겼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붉은색 페인트를 문앞에 칠하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계파 간 다른 이념과 신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낙인이자 징벌적인 '박탈'을 암시하고자 하는 '표식' 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살아남은 이들
현실에 안주하던 사람들은 어느 날 발생한 충격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재난' 앞에 그저 도망치기에 바쁘고 살아남기에 남을 도울 여력이 없다. 아무런 대책도 대비도 없었던 사람들은 손쓸 틈도 없이 고난에 직면하고 만다. 거기에 누군가 자기들을 도우러 올 것이란 희망도 가져 보았으나 현실은 모든 주변의 것들이 파괴되거나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은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곳에서 등장하는 배경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희망이란 애당초에 절박한 극한의 재난의 상황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준다. 만일 이때 당신이라면 이 상황을 이상적이고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하여 완벽하게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당신의 이상적인 사고관은 이 상황에서 완벽하게 마비되고 통제불능의 상태에 따른다는 것이다.
자신조차 살기 위해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당신은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던져야 할 때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던 그것은 각자의 결정에 따른다. 또한 그에 대한 책임과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누구도 이 사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너져 가는 위험한 현실 암시
영화 초반에 아파트라는 거주 주거지에 대한 소개가 잠시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는 지금 처한 사회 현상을 풍자하거나 비판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주거지 형태로 개발도상국 시절부터 지금 까지 국민들의 대표적인 보금자리이자 생활권으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보금자리의 지위가 흔들리고 위험에 처했다는 현실을 풍자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무너진 아파트들은 위험에 처한 (시장, 경제, 혹은 부동산 등) 현실의 상황을 반영한다.
등장인물들이 갖는 아파트의 의미
황궁 아파트의 의미 등장인물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영탁에게 있어서 황궁 아파트와 아파트 주민들은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제시했다. 이는 영탁에게 있어선 벼랑 끝에 선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영탁은 아파트 주민의 대표로서 자신이 가져야 할 사명감과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상황에서 바로 이 황궁 아파트의 아파트와 주민들로 옮겨간 것이다.
영탁의 정체가 탄로 나자 그를 잡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히려 죽은 아들보다 더 아끼는 듯한 902호 할머니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막는 장면이 잠깐 보였다. 이를 바꿔 말하면 자신의 친 아들 보다 더 영탁이 애증을 가지고 할머니를 보살 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영탁은 말하자면 자기 피를 흘릴 만큼 그 지역 사회에 '진심'이었다는 뜻이 된다.
아파트 격돌 장면 중간에 이름 있는 지역 의원이 등장하는데 이런 재난 상황에서 그 지역구 의원을 아파트 주민대표 영탁이 압도적 지지로 찍어 눌러 버린다. 이 장면은 현실 시민들의 지지와는 별개로 동떨어져 있는 정치권의 영향력을 풍자한 것일 수 있다. 현실 정치에 불만이 많은 이들이라 한다면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탁에게 황궁 아파트는 두 번째의 인생과도 같은 것이다. 이 전에 생활에서는 어차피 모든 것을 잃어버릴 처지였던 그에게 황궁 아파트는 지켜야 될 마지막 보루였던 것이다.
영화 속 대사 中-
"암탉이 울면 집안이 ... 한다더니."
"이러다가 다 뺐긴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대립으로 갈등하는 부부인 '민성' 과 '명화' 의 전개 역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현실을 위해 명화를 걱정하는 민성은 위험을 감내하고 명화를 지키려 하지만 명화는 자신의 신념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타인에게 양보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명화의 태도는 결국 모두에게 비극으로 치닫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본인도 모르고 있다. 이 부분의 모두를 갈등하게 만든 상황과 요소의 배경으로 아파트가 특정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 의미를 찾아보면 보게 된다면 이 영화는 다시 봐도 무척 재밌고 새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며...
그밖에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것들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 그리고 황궁 아파트 사람들에 대한 개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유심히 본다면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대사 中-
"뭐 어떻게 든 잘 되겠죠."
"뭐 어떻게 잘 하겠죠."
이 말을 한 이들은 다름 아닌 가장 비중이 큰 주민대표 '영탁'과 공무원인 '민성'이 장면이 뒤바뀌며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 대사들이다.
명대사는 아닐지라도 이 말을 뽑은 이유는 딱히 없다. 다만 일상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고 특히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두루두루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특히 더 재미있는 것은 알고 보면 서로 자기가 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서로가 오히려 서로 한테 " 나는 못해도 누군가 나 대신 잘할 것이다."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중 있는 등장인물 두 명이 서로가 서로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게 본다면 개그 코드가 좀 맞을 수도 있고 좀 더 진지하게 본다면 사회 풍자적인 면을 그려내는 단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엔 현실적 풍자나 상징적 요소들이 다부지게 들어간 영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다시 봐도 무척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글 마무리